← 살아온 이야기

2026-02-05

콩쿠르 대상, 그 다음 날

이정윤 · 대금 연주자

감사하게도 저는 몇 개의 큰 상을 받았습니다.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대금 금상, 전국대금경연대회 일반부 대상, 명창박록주 전국국악대전 기악부문 종합대상 같은 것들입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화려한데,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상 자체가 아니라 상을 받은 '다음 날'에 대한 것입니다.

대상 발표가 나던 순간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름이 불리고, 얼떨떨하게 무대로 나가고, 사진을 찍고, 축하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기뻐서이기도 했지만, 이상한 허전함이 섞여 있었습니다. 몇 달을 이 하루만 보고 달렸는데, 그 하루가 끝나버린 것입니다.

트로피는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평소와 똑같이 연습실에 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어제 대상을 받았는데 오늘 제 소리는 어제와 똑같았습니다. 당연한 일인데도 그게 그렇게 이상했습니다. 상은 제 소리를 단 하나도 바꿔주지 않았습니다. 트로피는 선반 위에서 빛나지만, 소리는 여전히 제 입술과 호흡에서만 나옵니다.

오히려 상을 받고 나서 연습이 더 무서워진 면도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저를 '대상 받은 애'로 듣습니다. 기대라는 것은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무대에 서면 예전에는 없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정도 소리로 괜찮은 거냐고 묻는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와 싸우는 법을 배우는 게 요즘 제 과제입니다.

그래도 상이 준 좋은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나 자신을 의심하는 데 쓰던 에너지를 조금은 음악 자체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좋은 무대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은 목적지가 아니라 통행증에 가깝다는 것을 요즘 실감합니다.

심사받는 소리와 살아 있는 소리

콩쿠르를 여러 번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심사받기 좋은 소리와 정말 살아 있는 소리가 항상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콩쿠르 준비를 하다 보면 감점당하지 않는 연주를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안전한 연주는 상을 받을 수 있지만, 어딘가 심심합니다. 저는 그 경계에서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지금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콩쿠르는 졸업하는 것이고, 음악은 계속하는 것입니다. 상이 걸리지 않은 무대에서도 좋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트로피 다음의 목표입니다. 선반 위의 트로피들은 이제 자랑이라기보다 약속처럼 보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멈추지 말라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연습실에 갑니다. 대상 받은 다음 날의 아침과 똑같은 마음으로 갑니다. 어제의 결과가 무엇이었든, 오늘의 소리는 오늘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