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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2

영재교육원에서 배운 것

이정윤 · 대금 연주자

저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했습니다. '영재'라는 단어가 붙은 곳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대단하게 봐주시는데, 정작 그 안에 있던 저는 매주 제 부족함을 확인하러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정말로 배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세상이 넓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국에서 모인 또래들의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생각이 무너졌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좌절이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질문하는 법을 배우다

영재교육원 수업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왜'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선생님이 이렇게 불라고 하시면 그렇게 불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왜 이 대목에서 요성을 이렇게 넣는지, 왜 이 시김새가 여기 붙는지를 계속 물어보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답을 몰라 우물거리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받다 보니 제 연주를 처음으로 바깥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습관으로 불던 것과 이유가 있어서 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지금도 연습이 막히면 그 시절 버릇대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 지금 왜 그렇게 불고 있니, 하고요.

함께 배우던 친구들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다른 전공의 또래들과 섞여 있다 보니, 가야금 하는 친구의 고민과 제 고민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악기는 달라도 소리 앞에서 막막해지는 지점은 같았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인 줄 알았던 국악이 사실은 함께 하는 공부라는 감각을 그때 처음 가졌습니다.

'영재'라는 말의 무게

솔직히 말하면 '영재'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웠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 말은 칭찬이면서 동시에 조용한 압박이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면 소리가 굳는다는 것을 그때 몸으로 배웠습니다. 지금은 그 단어를 조금 다르게 이해합니다. 재능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일찍 시작할 기회를 받았다는 뜻이라고요.

기회를 받은 사람은 그만큼의 숙제를 안고 갑니다. 저는 그 숙제를 아직 하는 중입니다. 영재교육원을 수료했다는 한 줄은 이력서에서는 과거형이지만, 제 안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때 배운 질문하는 습관, 넓은 세상에 대한 감각, 함께 배우는 기쁨이 지금의 저를 계속 밀고 갑니다.